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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제1838호([단독] 주식 부호 판도 대격변…정의선·조정호 웃고 이재용·김범수 울었다)에서 88개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 886명의 주식 가치 변화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위 50대 주식 부자의 평가액이 1년여 만에 3조원 가까이 하락했다. 유례없는 복합 위기와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이 중에서 여성 주식 부자만 따로 떼어내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조사 대상 886명 중에서 여성 주식 부자는 모두 개인회생제도신재범법무사 291명(32.8%)이다. 지난해 12월27일 기준으로 이들의 자산 가치는 20조44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24조5061억원) 조사 때보다 4조4617억원(18.2%)이나 하락했다. 291명의 여성 주식 부자 중에서 평가액이 상승한 인사는 49명(16.8%)에 불과했다. 나머지 242명(83.2%)의 평가액은 모두 하락했다는 얘기다.
용인외고급식비 삼성가(家) 세 모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의 주식 가치가 크게 하락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3명은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주식 가치를 모두 더하면 14조6184억원에 이른다. 조사 대상인 나머지 288명의 주식 가치를 더한 것(5조4260억원)보다 생애첫주택 취득세 세 배 가까이 평가액이 높게 나왔다.



여성 부호 291명 중 49명만 평가액 상승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들이 10조원 넘게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모녀 월차 핑계 의 주식 가치 역시 각각 25.8%(7조3882억원→5조4824억원), 14.3%(5조7227억원→4조9024억원), 20.1%(5조2972억원→4조2337억원) 낮아졌다.
그럼에도 삼성가 세 모녀는 2024년 여성 주식 부자 순위에서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시사저널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4년부터 이 순위는 한 번도 바뀐 강남직장인밴드 적이 없었다. 남녀를 아우른 전체 주식 부자 순위에서도 이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7위·4조379억원)과 구광모 LG그룹 회장(12위·1조8421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13위·1조7586억원), 정몽준 HD현대 최대주주(1조6851억원) 등 전통적 재벌뿐 아니라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8위·3조720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9위·2조5211억원), 김범수 카카오 의장(10위·2조2948억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11위·2조2114억원) 등 신흥 부자를 넘어섰다. 이들보다 주식 가치가 높은 인사는 삼성가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위·12조1671억원)과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2위·9조9213억원)뿐이었다.
여성 주식 부자 4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차지했다. 최 이사장은 현재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 6.65%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주식 평가액은 연초 8845억원에서 연말 6512억원으로 26.4%나 하락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2022년 조사 때만 해도 최 이사장의 자산이 1조원을 상회했다는 점이다. SK(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때였다. 하지만 2023년 들어서면서 SK(주)의 매출이 소폭이지만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영업이익은 8조1613억원에서 5조564억원으로 38.0%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406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두 번째 당기순손실이다. 공격적인 투자와 M&A(인수합병)가 역효과를 냈고, 계열사의 실적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4년 상황도 녹록지 않다. 3분기 기준으로 SK(주)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9조4460억원과 27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은 2조3273억원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4분기에 499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면서 기대를 반감시켰다. SK(주)의 주가 역시 27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3년 만에 48%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최기원 이사장의 주식 가치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LG와 신세계家의 엇갈린 명암, 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5, 6, 7, 8위로 뒤를 이었다.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10만원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7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의 주식 평가액은 4853억원과 3369억원으로 연초 대비 각각 10.5% 하락하는 데 그쳤다. 
반대로 신세계그룹은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소비심리 악화와 내수 침체 여파로 이마트는 2023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백화점 부문을 맡고 있는 신세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유경 회장의 주식 가치 역시 17.4%(3866억원→3192억원), 26.85%(4021억원→2945억원) 각각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말 승진한 정 회장의 경우 주식 가치가 급락하면서 주식 부자 순위 6위 자리를 구연경 대표에게 물려주고 8위로 두 계단이나 밀려났다.
여성 주식 부자 상위 10명 중에서 주식 가치가 상승한 인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조에밀리리(조현민) 한진 사장과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단 두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숙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까지 적자였던 실적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5.73%(우선주 0.53%)를 보유한 조 사장의 지분 가치는 2803억원에서 2858억원으로 2.0% 상승했다.
DB그룹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국내 손보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 역시 2023년 19조7613억원의 매출과 2조2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매출은 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년 연속 2조원대를 돌파했다. 올해 3분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하면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회사 지분 3.15%를 보유한 김주원 부회장의 주식 가치는 2365억원에서 2638억원으로 11.5% 높아졌다.
범위를 상위 50명으로 넓혀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주식 가치가 상승한 여성 오너 일가는 1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32명의 평가액은 하락했다는 얘기가 된다. 평가액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이 지난해 안정적인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30만원대를 돌파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과 부인 김소영씨, 오너 4세인 서지원씨의 주식 가치 역시 각각 162.4%, 98.1%, 93.1% 상승했다. 여성 주식 부호 순위도 18위와 28위, 37위로 각각 14계단과 15계단, 22계단 뛰어올랐다.
영풍가가 두산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화된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고려아연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 40만원대였던 고려아연 주가는 12월 장 중 한때 2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영풍 오너 일가들이 여성 주식 부호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장형진 영풍 고문의 아내인 김혜경씨와 딸 혜선씨, 고(故) 장철진 영풍산업 회장의 딸 세경씨의 주식 가치는 각각 98.8%, 47.3%, 116.9% 오르면서 상위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OCI·롯데·한국타이어·BGF家 평가액 하락
이 밖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13위·1665억원)과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부인 정승혜씨(21위·904억원), 김상헌 DN그룹 회장의 딸인 김효정씨(28위·456억원),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송광자 여사(29위·444억원),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 구은희씨(32위·302억원) 등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삼성을 포함해 한솔, OCI, 롯데, 한국타이어, BGF, 금호석유화학, 파라다이스그룹 오너 2·3·4세의 주식 가치는 지난해 20% 이상 하락했다.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의 장녀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평가액 하락률 1위를 차지했다. 조 부회장의 주식 가치는 연초 1265억원에서 연말 616억원으로 51.3%나 떨어졌다. 뒤를 이어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지현 OCI미술관 관장(-42.8%),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인 박주형 부사장(-28.6%), 정유경 신세계 회장(-26.8%),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홍라영 전 리움 총괄부관장, BGF 3세 홍승연씨(각 -26.4%)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