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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의 2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양아무개(35)씨는 1월분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1월 한 달간 3인 가족이 사용한 열에너지(세대난방비·급탕비) 요금만 20만3천원.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9천원보다 약 70% 높은 요금이 고지서에 찍혔기 때문이다. 양씨는 “전기세와 커뮤니티 비용 등을 합치면 1월 관리비가 50만원을 넘는다”며 “난방비 부담 때문에 저녁에 잘 때만 보일러를 켰는데도 예상치 못한 비용이 나와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도 양씨와 같이 ‘ 적금이율계산기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30평대에 사는 주민은 “올 겨울 두 아이가 감기로 고생해서 난방 자주 틀었는데 역대 최고 관리비 60만원(난방·열탕비 34만원)대를 찍었다”며 “외식을 줄여서라도 생활비 부담을 덜어야 하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37평 주택에 사는 한 이용자의 1월분 관리비 ‘68만6080원’ 명세서가 올라 우리은행 공인인증서 저장위치 와 수천개 댓글이 달릴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선 ‘난방비 폭탄’의 배경을 지난 여름 가스·난방비 인상과 올겨울 기승을 부린 ‘북극한파’에서 찾는다. 정부는 지난해 7월1일자로 지역난방 요금을 메가칼로리(M㎈)당 101.57원에서 112.32원으로 9.53% 인상한 바 있다. 4인 가구 기준 한 달에 약 6천원의 요금이 더 나오는 사금융대환대출이란 셈이다. 지역난방 요금은 매년 7월1일 열 공급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산해 산업부가 조정한다.



서울 도심의 한 주택가에 도시가스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주택용(가정용)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됐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적용하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메가줄(MJ)당 1.41원(20.8854원→22.2954원) 올랐다. 당시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천연가스 수입원가가 계속 상승했는데도 도시가스 비용이 인상되지 않아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정용 미수금이 약 13조원에 달한다며 가스비 인상을 요구했다. 주택용 도시가스 롯데캐슬레전드 요금(소매요금)은 가스공사가 수급하는 원료비와 지역별 도시가스사 공급비용 등을 더해 결정된다.
올 1월 들쑥날쑥한 기온도 난방비 상승의 원인이었다. 기상청 집계를 보면, 1월 수도권 평균 기온은 -1.4도로 평년보다 1도가량 높았지만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오르길 반복하는 등 기온 변동의 폭이 컸다. 1월10일께 ‘북극한파’ 영향으로 기온이 -9.6도까지 떨어졌다가,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19일까지 기온이 2도까지 다시 올랐고, 29일엔 다시 -6도로 떨어지는 식이었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감기(독감) 환자가 속출했다. 입춘이 지난 2월 초 이후에도 ‘역대급 한파’가 이어져 2월에도 ‘난방비 폭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너지공단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최소화하고 겨울철 실내 적정 난방 온도 20도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난방 보일러기기의 온도를 1도 낮출 때 에너지 소비량을 약 7% 줄일 수 있고, 외출 시 보일러를 외출 모드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내 습도를 50% 안팎으로 높일 경우 내부 열을 더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보일러 등 난방 설비 배관을 청소하는 방식으로 난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대신 온열매트 같은 보조 난방 기구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난방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