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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폐광 지역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운탄고도1330’이다. 중국의 차마고도에서 이름을 따왔다. 차마고도가 차와 말을 위한 길이었다면 ‘운탄고도’는 말 그대로 ‘석탄을 나르던 길’이다.
운탄고도1330은 총길이 173.2㎞다.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에서 시작해 삼척시 소망의 탑까지 이어진다. 운탄고도는 9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5길이다. 정선 화절령에서 영월 만항재까지 15.7㎞ 구간으로, 5시간15분 정도가 걸린다.



운탄고도 5길 시작점인 무입고자동차대출 화절령 모습. 박수혁 기자


5길의 시작점은 화절령이다. 안내 표지판에는 ‘예부터 이 고갯길은 봄철이면 참꽃(진달래)과 철쭉이 온 산에 만발해 이 길을 가는 나그네와 나무꾼들이 한아름 꺾어 갔다고 해 꽃꺼끼재, 화절치라고 불렸다’고 적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야생화가 산길을 화려하게 수놓는 급여압류 최저생계비 모습이 장관이다.
1㎞ 남짓 걸어가면 도롱이 연못이 나온다. 도롱이 연못은 1970년대 탄광 갱도가 내려앉으면서 생겼는데, 당시 화절령 일대에 살던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을 오가며 도롱뇽에게 기도했다. 또다시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나면 위험을 미리 감지한 도롱뇽도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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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광부 동상이 반기는 1177갱 입구 모습. 박수혁 기자


500m 정도 더 걸어가면 황금색 광부 동상이 반긴다. 1177갱 입구다. 1177갱은 민영 탄광으로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다. 이 갱이 개발되면서 스피또 화절령 주위에 약 10여개의 크고 작은 탄광이 생겨났고, 여기서 캐낸 석탄을 트럭에 실어 함백역까지 운송했다. 이때 만들어진 길이 운탄고도다. 고한·사북 지역 탄광개발의 시발점이 된 의미 있는 갱도다.



길 곳곳에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는…’, ‘멧돼지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는… 전국은행연합 ’ 등이 적힌 푯말이 세워져 있다. 멧돼지를 쫓는 나무통과 방망이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폐광 갱내수 정화시설도 구경할 수 있다. 갱내수 정화시설을 지나면 본격적인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온전히 자신의 호흡을 느끼며 걷는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길을 걷는 내내 이름 모를 산들의 능선이 수려하게 이어진다. 바닥 곳곳에는 검은 흙과 잔돌이 가득 깔려 있다. 마치 석탄 가루와 파편이 떨어져 검게 물이 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석탄 경석이다. 폐기물 취급받는 경석은 석탄을 캐는 과정에서 섞여 나오는 검은색 돌덩어리다. 운탄고도는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200m마다 설치된 주황색 봉 모양의 국가지점번호판만 따라가면 된다.



검은색 돌덩어리인 석탄 경석이 바닥 곳곳에 깔린 모습. 박수혁 기자


풍력발전기가 가까이 보이면 5길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운탄고도 5길은 함백산 만항재 소공원에서 끝난다. 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혈동 사이에 있는 백두대간의 고개다. 해발 1330m로 대한민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포장도로 가운데 가장 높은 고개다. 운탄고도 뒤에 붙은 ‘1330’도 9개의 길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인 만항재의 높이를 표시한 것이다. 풍력발전기를 지나 만항재 정상에 오르면 ‘대한민국 국유림 100대 명품숲, 함백산 하늘숲’이라는 나무 간판이 반긴다.
운탄고도 5길 곳곳에는 석탄산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석탄이 섞인 듯한 검은 흙과 돌, 폐광에서 스며 나오는 듯한 붉은빛의 지하수, 토양오염 방지를 위한 갱내수 정화시설, 옛 갱도… 5길은 또 광부와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진하게 묻어 있는 길이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