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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전선, 정보전쟁] 민주주의 방어 정보전 〈상〉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독일 반국가단체 라이히스뷔르거(Reichsübrger) 운동 단체 집회 모습. 2016년 경찰에 총격을 가한 사건을 계기로 정보기관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 [사진 나무위키]







새해 초입 민주주의 방어를 위한 독일 정보기 목적어 관의 노력이 새삼 떠올랐다. 1950년 서독 국내 정보기관으로 출범한 연방 헌법보호청(헌보청)은 통일 전 동독의 끊임없는 민주주의 교란, 통일 후 나치와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극단세력 등에 맞서 매일 전쟁을 치렀다. 성과도 컸다. 1952년 사회주의 국가당(SRP)과 1956년 독일 공산당(KPD) 해산 등 130개 이상의 반민주 단체들을 적발해 해체했고, 부천 개인돈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를 무려 1500명 이상 적발해 공직에서 배제했다.

나치 같은 세력 다시 없게 헌법에 못박아 이처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헌보청의 정보전이 새삼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 위기론이 자주 회자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과 종종 충돌하는 비밀 정 저축은행대출상품 보활동이 어떻게 민주주의 수호의 최일선에 나서게 됐는지, 이 같은 독일의 경험이 민주주의 성장통을 역동적으로 겪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등 단상들 때문이다. 단상의 출발점은 ‘독일은 왜 정보기관의 명칭을 헌법보호청으로 정했을까’였다. 거기엔 독일의 슬픈 역사적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
독일은 과거 나치당과 히틀러처 창업대출조건 럼 반민주 세력의 출현을 막지 못해 2차 대전 패전과 유대인 집단 학살 등 전례 없는 국가 위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반민주 세력이 독일의 안보와 안위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임을. 그래서 다시는 그런 세력이 독일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독일 헌법인 기본법에 강한 의지를 담았다. 바로 독일 기본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reiheitlich 소상공인 상권분석 e demokratische Grundordnung)’ 규범으로, 이를 어기는 자는 반헌법 또는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해 어떠한 관용도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그런데 이 세력들은 대부분 비밀리에 움직이기 때문에 검찰·경찰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정보기관에 이 막중한 임무를 뒷받침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명칭도 추상적 표현 대신 ‘헌법보호청(BfV)’이라는 직접적 표현을 택했다.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보호가 헌보청의 존재 이유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법적 뒷받침도 확실히 보장해 주었다. 무엇보다 ‘헌법수호 목적’의 정보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했고(기본법 제87조 제1항), 헌법보호청법 등을 통해서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해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헌보청이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반헌법 세력 차단을 위해 광범위한 정보수집권을 부여한 것이다. 이에 헌보청도 적극 부응했다. 독일 민족민주당(NDP)에 대한 공격적인 정보수집 활동이 대표적 예다.
2002년 1월 독일 헌법재판소(헌재)는 NPD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심판 과정에서 돌연 심리를 중단했다. NPD 측이 “정부가 제출한 증거자료는 당의 고위 간부로 위장 침투한 정보 요원에 의해 작성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 같은 황당한 주장을 믿을 수 없었다. 정당에 정보원의 침투가 가능한지도 의심스럽지만 위장 정보원이 당의 간부까지 역임했다는 주장은 믿기지 않아서였다. 이에 헌재는 헌보청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헌보청은 몇 차례 부인하다 결국 시인했다.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1970년대 초 헌보청은 NPD가 나치 구호와 상징물을 사용하는 등 반헌법적 나치주의를 찬양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확실한 증거 확보를 위해 본격 움직였다. 우선 NPD의 부대표까지 역임한 고위 간부를 포섭해 내부 동향을 놓치지 않고 살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협조자를 NPD에 직접 침투시키는 공작도 펼쳤다. 당비도 납부하고 당내 선거를 통해 고위직까지 진출시키는 등 완벽하게 위장했다. 심지어 1997~2002년간 NPD에 침투시킨 협조자 수가 무려 30여 명에 달했다. 이를 통해 NPD가 나치주의를 추구한다는 확실한 증거들을 대량 확보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독일은 NPD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었다. 공격적 정보전의 개과였다.
그런데 NPD 측이 정부의 증거는 헌보청에 의해 불법적으로 수집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소송은 중단 등 우여곡절을 겪고 2017년 재개됐는데, 헌재는 NPD가 자유민주적 기본 기본질서를 부인한 위헌 정당임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세력이 크지 않아 독일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며 정당 해산 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이 모호한 판결이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헌법 위반이라면서도 정당 해산은 안 된다는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독선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정치권이 나서 헌법 개정을 통해 해결했다. 위헌 정당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끊어 사법판단이 아니라 행정적 수단으로 고사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기본법 제21조 3항). 결과적으로 헌보청의 공격적 정보전이 헌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개가도 올렸다.
헌보청의 공격적인 민주주의 정보전은 2022년 독일 최초의 쿠데타 모의사건 적발시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극단세력 감시 과정에서 체제 전복을 꿈꾸는 라이히스뷔르거(Reichsbürger) 단체의 존재를 파악한 헌보청은 내사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를 처형하고 정부를 무력으로 장악한 후 황제가 다스리는 독일제국(帝國) 체제로 전환한다는 모의를 파악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헌보청은 쿠데타 모의세력 내부에 협조자를 위장 침투시켜 이들의 움직임을 실시간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무기를 비축하고, 제1야당이었던 대안당(AfD) 소속 전직 의원과 현직 장교 등도 가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건의 전모를 확인한 헌보청은 2022년 12월 3000명의 대규모 검·경 인력과 함께 전국 150곳을 동시에 급습해 일망타진했다. 독일 사회는 깜짝 놀랐지만 안도의 한숨도 쉬었다.









정보전쟁







이처럼 헌보청은 공산세력의 민주주의 위협, 극단세력의 사회분열, 정의로 포장된 정치권의 여론 선동 등 모든 반민주·반헌법 행위에 대해 공격적인 정보전을 펼쳤다. 덕분에 독일은 전후 취약했던 민주주의를 무난히 지킬 수 있었다. 나치에 의해 민주주의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 같은 공격적 정보전이 이해는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보활동이다.

헌보청의 싸움은 민주주의 정보전의 제도적 발전에도 기여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비밀 정보활동은 상충적 관계가 아니라 긴밀한 지원 관계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반민주 세력과의 싸움은 정보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NPD 위헌 정당 소송에서 헌재는 이를 법적으로도 확인해 주었다. 개방된 민주주의는 안팎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스스로 무너질 수 있으므로,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를 방어적 민주주의(Defensive Democracy)라고 하는데, 반민주적 정당에 대한 정보활동은 방어적 민주주의 차원에서도 허용된다고 보았다. 정보는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하는 수단도 된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반민주 세력들이 “민주적 투명성을 본질적으로 싫어하는 정보기관에 민주주의 방어 역할을 맡기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 제약”이라고 비판해도 큰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러, 민주주의 국가 여론·선거 조작 기승 헌보청의 민주주의 정보전은 대국민 신뢰에도 기여했다. 민주주의 정보전 과정에서 인권침해·정치개입 비판에 늘 시달려온 헌보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와 행정부는 물론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감시감독 제도도 흔쾌히 수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투명성 제고와 국민 신뢰로 이어졌다. 최근 의회가 헌보청에 온라인 수색 허용 등 정보수집권을 더욱 확대해준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헌보청의 정보활동이 약화되고 이는 결국 반민주 세력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는다며 과감한 선택을 한 헌보청의 전략적 판단도 한몫했다.
그런데 최근 민주주의 정보전은 특정 국가의 영역을 넘어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 간 진영대결로 확산되는 새로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러를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가 개방된 민주주의의 열린 틈새로 들어와 여론 왜곡, 선거 개입 등을 통해 체제 공격을 강화하자, 서방도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그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계속).














최성규 고려대 연구교수. 국가정보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국제안보 분야에 종사했다. 퇴직 후 국내 최초로 비밀 정보활동의 법적 규범을 규명한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