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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재판에 직접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정장 차림에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출석했다. 줄곧 양손을 포개고 앉은 채로 변론에 임한 윤 대통령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쪽지 의혹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한 의혹까지 전면 부인했다. 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대상홀딩스 막을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이날 변론기일 도중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문 권한대행이 질문 2개만 하겠다고 하자 윤 대통령 측은 "예정에 없었던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 권한대행은 "지난번 발언 기회를 협의할 때 말씀드렸다"면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윤 대통령은 "재판장님 할인계산기 께서 하시면 제가 말씀드리겠다"고 응했다. 문 권한대행은 먼저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준 적도 없고 비상계엄 해제 이후 한참 후에 언론을 통해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봐서 알았다"며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은 못했는데 기사가 부정확하고 내용도 대출가능한도 서로 모순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후 문 권한대행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이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앞서 진술했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곽 전 사령관의 개인사업자대출문의 발언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당시 최 부총리는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들어오셔서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다"며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내용이 기억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달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작업진행율 서 "대통령이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직접 전화해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날 다방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회 측은 포고령을 두고 아무리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고 해도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들어갈 수 없는 내용이 포고령에 담겼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시 선포한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 집행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고령 1호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김 전 장관이 작성한 초안을 윤 대통령이 검토·수정했고, 야간 통행금지 조항 등은 확인한 후 직접 삭제했다는 취지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관련 의혹 제기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변론기일에서부터 다양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려는 다수의 증거와 증인을 신청했다. 국회 측은 "부정선거에 관한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다"며 "부정선거가 있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와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침입한 행위 등 탄핵소추 사유를 전혀 정당화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미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며 "국가정보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장비를 극히 일부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비가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되는지 중앙선관위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라는 의도였지 부정선거를 색출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 제기가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자는 취지였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국회 측이 증거로 제시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시청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애초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국회를 통제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더 강한 '초갑'인데, 제가 의결을 못하게 한다고 해도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의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정치인과 법조인 체포 지시에 대해서는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 사살 등 터무니없는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변론기일 초반 문 권한대행의 발언권 부여로 모두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헌법소송으로 업무도 과중하신데 제 탄핵사건으로 또 고생하시게 해서 재판관님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전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을 확고히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님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 가능하면 모든 변론기일에 출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민기 기자 / 안정훈 기자 /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