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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살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이틀 후인 17일 오전 9시. 학부모 박모씨(44)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아이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초등학교를 찾았다. 그동안 한남초 앞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집회가 2주 넘게 열렸다.
박씨는 "2주 넘게 주차할 때도 너무 힘들고 새벽 3~4시에도 집회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잤다"며 "딸 아이에게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대통령이 체포되고 동네가 조용해졌다. 이제는 발 뻗고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한남동 일대는 이틀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한남초 앞을 가득 채운 질서유지선은 한쪽 벽면에 정리됐다. 학생들의 원활한 등하교를 위해 동원된 중부교육지원청 '통합안전지원단' 직원들 역시 자취를 감췄다.
11살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43) 역시 "전에는 욕하고 싸우는 소리 때문에 아이들 정서에도 안 좋았다"며 "몇몇 아이들은 집회 노래까지 따라 불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지 이틀이 지난 17일 오전 한남대로 일대 모습. 10개 차선이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영상=송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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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아온 일상"… 막혔던 10개 차로, 이제는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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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제루터교회 인근 육교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단체 지지자들로 인파가 몰려있는 모습(위). 17일 오전 같은 장소 위에 평화롭게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아래)./사진=송정현 기자



이날 한남동 관저 앞은 '깨끗했다'. 휴대폰을 들고 24시간 라이브 방송을 켠 보수 유튜버들도, '윤석열 체포 반대'를 외치며 상주하던 집회 참가자들도 없었다.

평소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루터교회 인근 육교 역시 한적했다. 길을 통제하는 경찰도 없었고 육교 밑 10개 차로 역시 교통 흐름이 원활했다. 한 때 수천명의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이 이곳에 몰려들면서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프리랜서 강사로 근무 중인 김모씨(70)는 "집회가 한창일 때 차가 너무 막혀서 직장에 늦은 적이 있다"며 "소음 때문에 강의를 할 수가 없어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루터교회 인근 골목에서 만난 피모씨(88)는 해방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50년 넘게 근처에 살면서 이렇게 불편했던 적이 없다"며 "확성기 소음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 널브러진 쓰레기 때문에 너무 불편했다. 이런 일상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들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남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백모씨(43)는 매출은 2배 이상 뛰었지만 그동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했다. 장식품을 깨고 달아난 사람부터 느닷없이 욕설을 퍼붓는 손님도 있었다.
백씨는 "음료를 주문한 사람만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막무가내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며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와 카페에서 먹거나 밤샘 시위를 하다가 카페 앞에서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밤샘 집회로 저녁 시간에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부득이하게 조기 마감을 하기도 했다. 그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마감했다"며 "휴지도 수시로 갈아 끼우고 락스칠도 하루에 몇 번씩 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이슈로) 이 일대가 다시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이라며 "폭풍전야 느낌이지만 우선은 현재 평화를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있을 당시 한남동 일대에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지만 17일에는 비교적 깨끗해진 모습이었다. /사진=송정현 기자


송정현 기자 junghyun792@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