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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할머니로 늙는 게 꿈이야!” 십수년 전부터 아내가 되뇌던 말입니다. 아름답지만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 여겼지요. 제천 덕산면, 월악산 아래 산골로 이사 온 건 2004년 봄이었습니다. 아내는 그림책 작가, 저는 만화가가 직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이지만, 책방은 다른 영역이라 저로선 꿈조차 꾸지 않았지요. “아무리 산골이지만 사람 사는 마을에 책방 하나 정돈 있어야 하는 것 아냐?” 아내의 꿈은 해가 외환은행 아파트담보대출 갈수록 또렷해져 갔습니다. “작업실을 살림집으로 옮기고 그 공간에 책방을 열자!” 아내의 제안에 소심한 제가 제동을 걸 수단은 하나였습니다. “시설도 새로 하고 간판도 달고 책도 들여야 하는데 돈 있어? 대출이라도 받아?” “창문 빼고 다 책꽂인데 시설이 더 필요해? 간판은 내가 그리면 돼! 책?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부터 팔면 되지. 우선 헌책방으로 시 무입고자동차대출 작하면 따로 돈 들 것도 없어!” 아내의 말에 마땅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심심한책방 책방지기들. 그림책 작가 혜원(왼쪽)과 만화가 이은홍. 심심한책방 제공


2020년 5월, 마침내 책방을 열었습니다. 대출 일시상환 책은 엄선하여 적게 채웠습니다. 따로 큰돈을 마련할 일은 없었지만, 정작 필요한 건 큰 용기였습니다. 그 용기를 선뜻 내어준 건 선배 ‘책방지기’들이었습니다. 괴산 ‘숲속작은책방’과 경기도 고양 일산 ‘행복한책방’을 견학차 찾아갔을 때, 그네들이 건넨 충고와 격려, 부추김(?) 그리고 적절한 정보들은 듬직한 밑천이었습니다. 책방을 연 뒤 생긴 또 다른 밑천 별내지구kcc 은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이었지요. 온라인 서점에서 사도 될 책을 굳이 책방에 주문합니다. 책을 받으려면 빨라야 3~4일, 늦으면 1주일도 걸리고 정가대로 사야 합니다. 저희가 미안해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마을에 하나뿐인 책방이 망하면 되겠어?”



학전 김민기 대표가 기 중기청지원 증한 책과 ‘영원한 편집인’으로 불리는 김이구 선생의 책을 부인으로부터 기증받아 책방 한편에 마련한 ‘그들의 서재’. 심심한책방 제공


마을 분들이 왜 ‘심심한책방’으로 이름을 정했냐고 물었을 때 아내가 한 대답을 기억합니다. “심심하면 뭐 재밌는 일 없을까 궁리하잖아요? 책방이 늘 그렇게 궁리하는 곳이 되었으면 해요.” 책방이 생기고 4년6개월이 지나는 동안 책방엔 심심찮은 일이 제법 벌어졌지요. ‘작가와 만남’ ‘독립영화 상영회’ ‘그림교실’ ‘독서모임’ ‘노래공연’…. 지난 11월16일에는 책방이 생긴 뒤 가장 큰 행사를 벌였습니다. ‘책방에서 만나’. 학전 김민기 대표가 기증한 책과 ‘영원한 편집인’으로 불리는 김이구 선생의 책을 부인으로부터 기증받아 책방 한편에 ‘그들의 서재’를 꾸린 걸 기념하고, 아내 혜원의 그림책 ‘거기에서 만나’와 이은홍의 동화책 ‘달리기를 잘하는 법’ 출간 축하를 겸하는 행사였습니다. 마을 주민과 책 동네 동무들이 70명 넘게 모였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건 간단한 다과뿐이었지만, 동무들이 가져온 떡과 과일 덕에 풍성한 잔치가 됐습니다. 내내 그랬지만 책방 열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또다시 했지요. 책방은 다른 영역이라는 제 생각은 틀렸습니다. 작가, 출판사, 책방 그리고 독자는 모두 책으로 이어진 한 영역이었습니다.
아내는 지금 책방 옆 작은 그림책 미술관을 새로이 꿈꾸고 있습니다. 이제 소심한 저도 그 꿈을 응원합니다. 책방을 처음 제안하고 실행한 심심한책방 대표 책방지기이자 그림책 작가인 아내 신혜원의 이 말에 크게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꿈을 이루면 신나겠지만 꿈꾸며 사는 삶도 신나지 않겠어?”
이은홍 심심한책방 책방지기



가게 겉벽에 심심한책방 간판을 쓰고 있는 아내 신혜원. 심심한책방 제공





‘심심한책방에서 만나’ 행사에서 아들은 노래를 불렀다. 심심한책방 제공





심심한책방 내부. 심심한책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