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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 유영하,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등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발언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국회로 모이라는 韓…집결장소도 오토채움론 우왕좌왕한 원내지도부
최근 TV조선이 공개한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직후인 3일 오후 10시29분부터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된 4일 오전 1시16분까지 국회로 모일 것인지 당사로 모일 것인지를 두고 마지막까지 우왕좌왕합니다.
박수영 의원이 3일 오후 10시29분 ‘비상계엄 선포’라고 sbi저축은행 모델 메시지를 올리자 이후 김소희 의원(오후 10시45분)은 ‘민주당은 바로 국회 소집한다는데. 우리는 어찌해야할까요?’라고 묻습니다. 이후 박수영 의원은 헌법 77조 계엄 조문과 한동훈 전 당대표 이름의 공지(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 국민과 함께 막겠다)도 공유합니다.
헌법 77조에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 외에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신용회복중대출 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77조 5항)’는 해제 요건도 명시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 민주당이 왜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는지 명확히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후 여러 의원들이 ‘의총을 소집해달라’, ‘지도부에서 빠른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자 우왕좌왕하던 원내지도부는 오후 담보대출한도조회 11시3분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명의로 ‘비상의총을 위해 국회로 모여달라’고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선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한 것은 오후 11시7분입니다. 배준영 전 원내수석부대표(오후 11시7분)은 단체방에 “원내수석입니다. 모든 의원님들 당사로 모여주십시오”라고 보냅니다. 이어 오후 11시9분에 추 전 원내대표 명의로 비상의총 재무계산기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하겠다는 문자가 발송됩니다.
오후 11시24분 주진우 의원은 한 전 대표의 메시지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계엄해제 안에 반대하는 분 계시는지요? -한동훈 당대표-’를 보냅니다. 계엄 해제를 위한 본회의 참석을 위해 ‘당사’가 아닌 ‘국회’로 모이라는 요청입니다.
혼란은 더 가중됩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오후 11시33분 비상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꾸겠다고 다시 공지하고, 다음날인 4일 0시 3분에는 비상의총 장소를 당사 3층으로 다시 공지합니다.
0시6분 우재준 의원은 “대표님 지시 사항입니다. 본회의장 와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우 의원은 0시10분에는 다시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본회의장으로 모두 모이십시오. 당대표 지시입니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로 못 들어간다’, ‘담을 넘어왔다’, ‘당사로 오라’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 의결됩니다.
당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입니다. 이들은 친한계 또는 계파색이 옅은 이들입니다. 당시 ‘본회의장으로 와달라’는 한 전 대표의 지시를 사실상 친한계 의원들만 따른 셈입니다.



(사진 = 주철현 의원실 제공)


신속했던 野…이재명 ‘국회로’ 지시, 보좌진까지 집결 지시
반면 민주당은 신속하고 간단했습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3일 오후 10시27분 민주당은 천준호 의원이 계엄선포를 알린 후 바로 계엄해제를 위해 국회로 모여야 한다고 의견을 정리합니다. 오후 10시39분 이재명 대표가 ‘국회로’라고 보내면서 목적지는 더욱 명료해집니다. 보좌진까지 모이게 해달라는 공지도 나옵니다.
오후 11시부터는 어떻게 봉쇄된 국회를 넘어오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울타리를 넘어오라’, ‘담 국회 뒤쪽으로 돌면 넘을 수 있다’, ‘정문에서 의원증 제시하고 들어왔다’, ‘도서관 헌정회 쪽은 아직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등 국회 진입을 위한 상황 공유 메시지가 오갑니다. 비슷한 시각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서 ‘당사로 모여달라’고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혼란이 시작됐던 것과는 크게 대비됩니다.
조국혁신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3일 오후 10시28분 계엄 발령상황이 공유됐고 국회로 모이자고 의견을 모읍니다. 이후 ‘국회로 가고 있다’, ‘월담해서 들어왔다’ 등의 메시지가 공유됩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계파갈등 그대로 노출한 국민의힘…비상계엄 판단도 엇갈려
비상계엄 당일 국민의힘 단체방은 여당의 복잡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먼저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계파 갈등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헌법 제77조 조문을 공유했기에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본회의 의결(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 점을 인지했습니다.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면 일단 국회로 들어와야 한단 사실도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계엄해제를 위해 국회로 들어와 한다는 한 전 대표의 메시지 그리고 의총장소를 계속 ‘국회→당사→국회 예결위 회의장→당사’로 계속 바꾼 원내지도부 메시지가 충돌했습니다. 4일 0시 이후에는 친한계 의원 중심으로 ‘당대표 지시’라고 강조하며 본회의장으로 와달라 이야기하지만 ‘예결위 회의장이다’, ‘중앙당사다’, ‘당사로 오라’는 메시지 등이 계속 됩니다. 당대표 지시를 따른 친한계 그리고 원내대표 지시를 받은 친윤계로 갈라진 셈입니다.
이날 친윤계 의원 일부는 이미 국회 본관으로 진입해 원내대표실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나 본회의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전 대표의 지시 대신 원내지도부 지시만 보고 움직인 셈입니다. 원내지도부 지시에 무게를 실었을 친윤계는 계속 바뀌는 집결장소를 보며 ‘의총 논의 후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하자’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로는 12·3 비상계엄을 어떻게 바라봤느냐는 시각차도 있습니다.
사실 긴급한 상황에서 한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뜻이 같았다면 전화 한 통으로도 모든 혼선을 정리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엄중한 상황에도 양쪽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모으지 못한 것은 비상계엄에 대한 인식이 달랐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대통령과 긴밀한 여당으로서는 대통령이 발동한 계엄을 바로 ‘불법’으로 판단해 대응하긴 쉽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 중 누구도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는 없는 것을 보면 사건 당시 국민의힘의 매우 석연찮은 판단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월3일 국회 담장을 넘고 있다. (제공=국회의장실)


비상계엄 당일도 계파 갈등으로 무력했던 국민의힘은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계파별로 찢긴 모습입니다. 탄핵안 가결 후 첫 비상의총 녹취록까지 공개되는 등 내홍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20일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녹취록에 대해 “회의 내용이 유출된 것은 명백한 해당(害黨)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다만 해당행위의 의미가 ‘한 정당의 당원이 소속 정당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정의한다면, 비상의총 녹취록이 보도됐다고 해당행위라고 하는 것은 느슨한 현실인식입니다. 국민의힘은 국민 다수가 교과서에서만 봤던 비상계엄을 45년 만에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을 여전히 당원으로 두고 있습니다. 친윤-친한 다툼 속에 어느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제명·출당 논의는 사라졌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친윤계가 한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담겨있습니다. 다만 한 전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현 국민의힘의 위기를 만든 주범은 윤 대통령입니다. 아마 비상계엄이 없었다면 현실화되고 있는 사법 리스크로 고전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기는 앞으로 오롯이 국민의힘에게 큰 반사이익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선을 승리해 정권을 유지하려면 국민의힘은 중도·수도권에서 모두 사랑받는 전국정당이어야 합니다. 여전히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앞으로 중도·수도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조용석 (chojur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