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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귀궁》이 최근 5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방송 내내 8~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방송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한 주간 방송된 미니시리즈들 중 전체 시청률 1위에도 올랐다.
《귀궁》은 무당의 손녀로 신기를 가지고 태어났으나 무녀의 운명을 거부하는 여주인공과 승천하지 못하고 인간의 몸에 갇힌 이무기 남주인공의 이야기다. 두 주인공은 왕가를 위협하고 여주인공의 할머니를 죽인 원귀 팔척귀에 맞서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싹튼다.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여주인공은 무녀로 중국 브로커 서 자각하며 이무기를 몸주신으로 받아들인다. 후반부엔 여주인공이 이무기 등의 도움을 받아 팔척귀를 물리치는 과정, 남주인공과의 러브 라인, 이무기의 승천 여부 등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귀궁》 포스터 ⓒSBS


대학원 조연이던 무속을 전면에 내세운 《귀궁》
《귀궁》의 스토리 라인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무속적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에는 정말로 귀신이 있고, 무당이 귀신을 섬기기도 하며 쫓아내기도 한다. 무당이 쓴 부적은 영험한 위력을 발휘한다. 한이 맺혀 이승을 떠돌던 원귀는 원을 풀어주면 패악질을 멈춘다. 굿으로 귀신을 억누르기도 한다. 이런 기등록처리 설정 속에서 이무기, 팔척귀뿐만 아니라 외다리귀, 수살귀, 야광귀 등 무속 세계관에 등장하는 다양한 귀신이 배치됐다. 무속 판타지인 셈이다. 악당인 권신은 원귀를 조종하는 무당을 이용해 왕실을 공격한다.
과거엔 무속적 설정이 주로 약방의 감초처럼 극의 한 소재로 나왔다면 《귀궁》에선 전면에 등장한다는 차이가 있다. 여주인공부터가 남주인공인 광주은행 이무기를 몸주신으로 섬기는 무녀다.
원래 무당과 무속 등은 국내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주로 사극에서 무당이나 저주 등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특히 궁중 암투 사극에서 후궁들이 무당과 일을 벌이곤 했다. 현대극에서도 무당이나 무속적 귀신 같은 설정이 종종 등장했다. 시청자가 무속 설정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여성 시청자 생애최초주택구입 취득세 가 조금 더 무속 설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여성이 주요 시청층인 드라마에 무속적 설정이 많이 나오지만 남성 시청자의 관심도도 낮진 않아 보인다. 
최근 장르물이 유행하면서 판타지 장르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적 판타지도 속속 등장했다. 여기서 전통적 소재를 차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속적 설정이 많이 등장하게 됐다. 이 같은 대중문화 트렌드와 별개로 사회적으로도 무속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화 《파묘》에서도 여주인공이 무당으로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세대 무당이라는 말도 퍼지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기성세대는 무속에 대해 관심이 컸으나 젊은 세대에선 거부감이 있었다. 무당이라고 하면 왠지 고루하고 철 지난 옛것 같은 느낌이 컸다. 하지만 《파묘》처럼 요즘 트렌드에 조응하는 신세대 무속인이 등장하면서 무속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유튜브에서는 젊은 무속인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사회 지도층부터가 워낙 무속과 연관이 깊다.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 지도자들이 무속인과 상담한다는 이야기가 수시로 보도된다. 심지어 정치와 관련된 사안에서도 보살이 많이 언급됐고, 경제인들이 무속인의 조언을 참고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무속이 점점 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다 보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무속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5월 발표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사주, 타로 및 주술 관련 인식 조사'에선 이 주제에 대한 관심도가 평균 60.3%로 집계됐다. 여성 69.2%, 남성 51.3%였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세대에서 관심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10대 71.5%, 20대 68.0%, 30대 67.5%, 40대 56.0%, 50대 57.0%, 60대 41.5%였다. '사주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실제 자신의 삶을 반영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젊은 세대가 더 많이 동의했다.



드라마 《귀궁》 스틸컷 ⓒSBS





드라마 《귀궁》 스틸컷 ⓒSBS


불안한 젊은 세대의 현실이 무속에 대한 관심 높이는 원인
이는 요즘 젊은 세대의 현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받고, 휴대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기기 활용도까지 높아지면서 자아 형성과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보다 사람과의 소통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것이다. 이렇듯 파편화된 삶을 살수록 젊은 층은 점점 불안하고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사회적으로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커진다. 과거엔 '대학만 나오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일부 통용됐지만, 지금은 모두가 불안하다.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의대, 전문직 등에 온 사회가 매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젊은 세대의 자아 정체성이 잘 형성되지 않고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안 속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과거보다 늘어나다 보니, 무언가 의지할 대상이 필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것이 일부 젊은 세대에겐 무속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무속에 대한 맹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볍게 참고하거나 자신을 위안할 수단쯤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벼움이 무속에 더 가까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지하고 경건한 믿음을 요구하는 기성 종교에 비해 부담 없이 이용료 내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무속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속 코드가 드라마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셈이다. 중년층이 아닌 젊은 층이 많이 보는 트렌디한 미니시리즈에서도 무속 판타지 멜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과거 무당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특수한 존재로 타자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귀궁》처럼 무당이 멜로의 주인공으로 나와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게 되면 무당에 대한 친숙도가 더 올라갈 것이다.
관객의 기대치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서로 다르다. 관객은 판타지 영화라면 스펙터클한 무언가를 원하는데 최근 한국 영화 산업 여건을 고려하면 구현이 어렵다. 극장 흥행이 어려워지면서 영화 제작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반면 드라마에선 특수효과 기대치가 대폭 낮아져 상대적으로 제작비 압박이 덜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속 판타지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제작될 수 있다. 무속적 세계관이 담긴 우리 설화들은 상상력의 보고이기 때문에 그런 소재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걸로 보인다.
다만 아무리 가볍게 접근해도 무속과 지나치게 친숙하게 되면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그런 의존을 악용할 우려도 있다. 무속 코드의 작품을 볼 때는 판타지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도 과도한 무속 홍보의 위험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