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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5월5일, 초여름 더위가 찾아오고 모내기가 마무리될 무렵이면 단오(端午)를 맞는다. 초닷새를 뜻하는 단오는 ‘단오물 잡으면 농사는 다 짓는다’는 속담처럼 한해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큰 명절이었다. 1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하다는 이날엔 마을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또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여름철 찾아올 병마와 액운을 막고자 했다.
설이나 추석조차 간소해진 요즘 단오를 쇤다는 건 드문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오를 1년 중이오테크닉스 주식
가장 큰 잔치로 치러내는 곳이 있다. 강원 강릉이다. 이곳에선 천년 역사를 지닌 ‘강릉단오제’(5월27일~6월3일)가 열린다. 올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을 맞아 더욱 의미가 있다. 단오(31일)를 앞두고 축제 준비가 한창인 강릉을 찾았다. 시내 곳곳과 남대천 일원엔 ‘스무살, 단오’가 적힌 플래카드가 봄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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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관노가면극 전수단체 ‘JOM아라’팀이 강릉단오제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자∼ 시작! 발 박자를 잘 맞춰서 가세요. 북은 더 세게∼!”
태평소와 꽹과리 소리를 따라 장구·북·징이 흥겨운 가꽁머니사이트
락을 이어간다. 그 뒤로 양반광대·소매각시·시시딱딱이·장자마리가 전통 가면을 쓰고 발맞춰 따라간다. 17일 관노가면극 전수회관에선 청소년 전수단체 ‘JOM아라’가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6∼21세 청소년으로 이뤄진 관노가면극 팀이다. 예전엔 이 앳된 청소년들이 아니라 관가에 속한 노비(관노)가 공연했기에 ‘관노가면극’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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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노가면극의 양반광대(왼쪽)와 소매각시 모습.


단원들을 지도하는 김문겸 이수자는 “강릉단오제 전통은 제사를 지내는 제례, 굿을 하는 무격, 민속극인 관노가면극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며 “그중 관노가면극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민속놀이로대성에너지 주식
단오제를 찾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화합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관노가면극은 아는 만큼 더 재밌다. 김 이수자는 “오직 춤과 동작으로만 표현하는 무언극이다보니 등장인물과 의미를 모르면 내용 해석이 어려울 수 있다”며 “양반에 대한 풍자가 아닌 남녀간의 사랑을 통해 마을 공동체의 화합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한 단오맞이 합동 홍보 행사 중 창포물 머리 감기 시연 모습.


극이 이어질수록 단원들의 양 볼은 점점 벌겋게 달아오르고 이마엔 땀이 맺힌다. 하지만 누구 하나 힘든 기색 없이 작은 체구로 통통 튀는 에너지를 뽐낸다. 이들은 대부분 3년 전부터 관노가면극을 준비했다. 나이 지긋한 베테랑 못지않게 공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크다. 양반광대를 맡은 황민지양(15)은 “가면을 쓰고 몸짓으로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며 “관객들이 크게 호응해줄수록 흥이 오른다”고 웃었다. 상쇠 이서현양(15)은 “주신을 굿당에 모시는 영신행차 행렬에 참여해 춤추고 연주하는 짜릿한 경험은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2006∼2015년 강릉단오제에 참여한 방문객들이 그린 1만개의 타일 작품이 노암동 단오타운 인근 벽면에 전시돼 있다.


강릉단오제는 하루이틀로 끝나는 축제가 아니다. 음력 4월5일 신주 빚기를 시작으로 한달여에 걸쳐 펼쳐진다. 이번에도 2일 강릉 시민들이 십시일반 쌀을 모으는 신주미 봉정과 신주 빚기를 하고, 12일 대관령 산신제, 대관령국사성황제, 봉안제 등 전통 의식이 차례로 진행됐다. 본행사 개막일인 27일부터는 다양한 팀이 선보이는 관노가면극뿐만 아니라 단오굿, 단오빔 입기, 신통대길 길놀이 등 단오제에서만 볼 수 있는 볼거리가 마련된다. 수리취떡과 신주를 나눠 먹고 군중 사이로 가요제나 댄스 공연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강릉중앙시장 관계자는 “시장뿐만 아니라 남대천 주변으로 열리는 단오장엔 단오 막걸리와 감자전을 파는 좌판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맛보고 즐기는 대축제가 열리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강릉시민들이 한껏 들뜨는 시기다. 강릉은 물론 가까운 지역 사람들까지 가족과 친구, 동네 이웃 모두 단오장에서 만난다. 20년 넘게 강릉단오제에서 수리취떡을 나누는 봉사를 해온 경교화 배다리회 회장은 축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강릉 사람들은 단오제가 열리면 하루에도 몇번씩 단오장에 들러요. 너도나도 함께 웃고 떠들며 한해 건강을 빌고 행운이 오길 바라죠. 단오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해 숙제를 빼먹은 기분이랄까요? 강릉단오제를 준비하는 모두가 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해가 갈수록 풍성해지는 것도 그 마음 때문이죠.”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지난해 강릉단오제 행사장. 강릉=강재훈 프리랜서 기자, 강릉단오제위원회


강릉의 단오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춤추고 노래하고 떡을 나누며 한해 복을 기원한다. 이제 더울 일만 남은 여름의 초입, 바쁜 일상에서 잠시 떠나 북 장단에 몸을 맡기고, 가면극에 웃고, 창포물 향기에 머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