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시험 마치면 원천기술보유국 등극
두산중공업이 6년간 연구·개발(R&D) 비용에만 1조원을 투입해 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이 국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내 제품 성능시험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우리나라는 미국·독일·일본·이탈리아에 이어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보유한 5번째 국가가 된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가스터빈 불모지가 연 매출 3조원의 수익 창출 시장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19일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270메가와트(
MW
)급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조립 현장을 공개했다.
두산중공업은 경남 창원 본사에서 270메가와트(
MW
)급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초도품의 최종조립 현장을 19일 공개했다. (사진=두산중공업)
■ '기계공학의 꽃' 가스터빈…
국산화 열매 맺는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다. 압축된 공기와 연료를 혼합·연소해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만들고, 터빈의 블레이드를 통해 회전력으로 전환한 후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한다. 이는 최첨단 기계기술인 항공기 제트 엔진과 동일한 기술 방식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모델명:
DGT
6-300H S1)은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고효율 가스터빈이다. 부품 수만 4만여개에 달하고,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 블레이드(날개) 수는 450개가 넘는다. 가스발전(
LNG
)의 초미세먼지(
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8분의 1,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친환경적이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가스터빈 제조 공정율은 약 95% 수준에 도달했다. 이 모델은 연내 사내 성능시험을 거쳐 서부발전의 500
MW
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이 회사는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
MW
급)과 신재생 발전의 단점인 간헐성을 보완한 100
MW
급 중형 모델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종욱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 상무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뤄냈다"며 "1천5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보증하는 첨단소재 기술 등 이번에 개발한 270
MW
모델에 적용한 일부 기술은 항공용 제트엔진의 기술력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 (사진=두산중공업)
■ 美·獨 등 국가 핵심전략상품…
수입대체 효과 10조원
그동안 우리나라가 가스터빈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개발은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모두 외산품이다. 가스터빈 구매비용 약 8조1천억원에 유지보수, 부대·기타비용 약 4조2천억원을 더하면 약 12조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있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현재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정도만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국가는 핵심적인 국가 전략상품으로 기술유출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며 "국내 발전소에서 가스터빈 보수작업 시 공급사에서 국내 발전소 고객사 마저도 작업상황을 볼 수 없도록 차단막을 치고 작업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말 발표된 '8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기가와트(
GW
) 규모로 구축된다. 18
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내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유지보수·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과 해외시장진출까지 고려하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진다. 미국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
CERA
)는 2018년부터 2028년까지 총 432
GW
의 가스발전이 신규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가스터빈은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성공사례로도 평가받는다. (사진=두산중공업)
■ 두산, 6년간 가스터빈 주력 사업으로 키워와
두산중공업은 2013년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총 1조원 규모의 R&D비용을 투자 중이다. 국책과제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21개의 국내 대학, 4개의 정부 출연연구소, 13개의 중소·중견기업과 발전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성공사례로도 평가받는다.
가스터빈은 이제 두산중공업의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는 창원 본사와 미국 플로리다, 스위스 바덴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설립했다. 특히 창원 본사에는 1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정격부하(
Full
Speed
Full
Load
) 시험장도 준공했다. 이 곳에서 3천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종합 성능시험을 진행한다.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공략에도 일찌감치 나섰다.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기기 공급·유지보수·부품교체 등의 서비스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업체인 미국
DTS
를 인수했다.
DTS
는 국내 상업운전중인 대부분 가스터빈 모델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격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을 펼쳐왔는데, 오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돼 매우 중대한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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