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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성장 우선 담론'을 통한 보수·중도층 소구 전략에 당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성장을 내세우는 이재명 대표의 광폭행보가 완급조절이 없이 이뤄지면서, 여권에서는 이 대표가 우클릭으로 포장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역으로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친기업 행보와 AI(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성장 의지를 연일 피력하고 있음에도 당의 정책 노선 별내선 연장 과 이 대표의 잇따른 돌발 발언에 따른 부작용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경제 성장 담론'을 내세우는 동시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기업을 키운다는 발상이 전제되면서다.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놓고 여야 이견이 큰 반도체특별법이 공전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치권과 IT업계에선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연구직과 고소득자 등에 대한 근로 인천파산면책 시간 규제 적용을 예외)이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민주당에선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지난 2일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 '모두의질문Q' 대담에서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국내에) 하나가 새로 생겼다. 그중에 국민의 몫, 지분이 30%다. 그래서 70%는 민간이 가지고, 30 천만원 대출 %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기업관을 둘러싼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서는 당내에서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헥토콘 기업(기업가치 100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6개를 육성하겠다는 성장 전략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집권플랜본부 산하 K 먹사 핸드폰연체조회 니즘 본부장인 주형철 전 경기연구원장은 신년 세미나 발제에서 경제성장률을 5년 내 3%대, 10년 내 4%대로 끌어올리고 AI와 문화·안보 등 3축의 성장 동력을 구축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이 같이 제시했다.
급기야 이 대표는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국면에서 '중도보수' 선언을 하기까지 했다. 이 대표는 지 부모님동의 난달 18일 친야 성향 유튜브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가 진보 정권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이튿날 기자들을 만나서는 "자주 이야기하는데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이 대표의 이 같은 '경제' '성장' '보수' 등의 키워드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 '우클릭'이라고 하더니 '사회주의'냐"라며 "기업과 기술이 만드는 국가 번영의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재명의 나라'에서 삼성이든 엔비디아든 생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30% 국유화 투자만 하면 엔비디아가 하늘에서 떨어지느냐"라며 "시장경제에서 창조적 파괴와 혁신, 기업가정신이 어떤 생태계에서 꽃을 피우는지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도 없으니 저런 무식한 말을 쉽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생겨나면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자고 말한 것은 참으로 위험하고도 한심한 발상"이라며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기업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하기 전에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이양수 총장은 "1985년 영화 007의 '뷰 투 어 킬'에서 소련 장군이 '실리콘밸리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디서 기술을 훔치느냐'라고 얘기한 대사가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혁신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사"라며 "테트리스의 개발자 파지노프에서 단 한 푼의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던 사회에서 혁신은 질식될 수밖에 없다. 기본사회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성과를 국가가 관리하려는 사회에서 삼성이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결코 탄생할 수가 없다"고 공박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재명 대표의 구상은 옛 소련의 전철을 밟자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을 옥죄는 발상이 아니라, 규제를 풀고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임을 이재명 대표는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당 곳곳 "정부 투자 전제한 것" 주장하며앞다퉈 'K엔비디아' 발언 후폭풍 진화"국부펀드 통해 투자했으면 지분확보 정상"반도체법도 공전 가운데 20일엔 삼성 찾아
이 대표의 한국판 엔비디아 지분 발언을 둘러싼 잡음이 잦아들지 않자 민주당 내에서는 '정부 투자를 전제한 것'이란 수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정부의 투자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라며 "어찌 투자하지 않고 성과를 가져온단 말이냐.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기초"라고 이 대표를 비호했다. 또 "글로벌 AI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민간에만 맡기기보다 가능할 수 있다면 정부도 투자하여 성공시켜 국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국가가 국부펀드를 통해 전략산업에 투자를 했으면 그만큼 지분확보를 하는 게 정상이지, 공짜로 지원만 해주란 말이냐"라고 여권을 향한 날을 세웠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세계가 AI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투자 제안을 헐뜯고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직접 반박에 나선 이 대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AI 관련 기업에 국부펀드나 국민펀드가 공동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그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고 했더니 국민의힘이 성공한 기업 지분을 뺏으려는 반기업 행위라고 공격한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야권 내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을 조준한 비판은 나왔다. 민주당 탈당파인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의 엔비디아 발언은 우리의 창업 현실, 반도체를 비롯한 연구개발(R&D) 분야와 반도체 산업과 노동의 특성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며 "나아가 이재명 정권은 민간기업, 최첨단 반도체와 AI 산업까지 포퓰리즘 수단으로 삼겠다는 위험한 발상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출신이자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전 의원도 "첨단 산업은 막대한 R&D 비용과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필수적이다. 국가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경직될 수 있으며, 이는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을 저하시켜 혁신의 속도를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양 전 의원은 "이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고, 이 대표는 '세금을 굳이 안 걷어도 되는 사회'를 언급하셨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오는 20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SW) 아카데미(SSAFY)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은 회동에서 경제위기 속에 가장 고충이 큰 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지원 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도체특별법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통상 문제와 경제 현안 등 다양한 주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 업계에서는 한국도 핵심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상태이다. 민주당은 '반도체 주 52시간제 예외' 카드를 꺼내는 듯했다가도 노동계의 반발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여권은 주 52시간 근무 예외규정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동의해야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세도 이어오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형 엔비디아 지분 공유론' '삼성전자급 기업 6개를 만들 것'이란 민주당의 경제 정책 노선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친기업 행보를 보여주는 데만 그칠지 여부가 이 대표 '진정성'의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