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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1차 범시민대행진’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깃발, 응원봉을 든 시민, 노동자들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은 곧 파면될 것이라 본다. 주말마다 수만 명이 광장에 나와 탄핵 한국산학연협회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대통령직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연일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까지 단상에 올라 재판관을 욕 보이며 헌법재판소를 파괴하자고 선동하는 작태가 되레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젠 윤 대통령 파면 이후의 대한민국을 떠올려야 할 때다. 극우 세력의 준동이 쉽게 수그러들진 않겠지만, 같은 공동체의 구성 직장인의 하루 원으로서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탄핵 찬반 집회를 통해 드러난 상대를 향한 혐오와 갈등을 치유하는 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기억도 또렷하다.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우리 모두 이전과는 아예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꿨다. 촛불 시민의 열망을 누구보다 잘 해외취업알선 알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 꿈을 실현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출범 초기 지지율이 80%를 훌쩍 넘길 만큼 시민들은 압도적인 성원을 보냈지만, 5년 후 성과는 윤 대통령의 당선이라는 비판만 팽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다 국내외 정세가 녹록지 않았다는 건 변명이 될 수 없다.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반복되는 실책에 대한 책임 또한 주부대환대출 분명하다.
또다시 '무늬만 혁명'으로 끝난다면

어느덧 촛불 혁명도 10년 가까이 지났다. 당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상당수는 촛불 '혁명'이라는 명명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단지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냈다고 '혁명'으로 부를 순 없다는 거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뀌었을 뿐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달라진 자연산횟집 게 없다는 반성이다.










▲ 광장에 띄우는 '소망배' 지난 2016년 12월 31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10차 촛불집회가 예정된 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소원을 적은 소망배를 띄우고 있다.


ⓒ 남소연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광장의 혁명은 반복됐다. 촛불은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대체되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느닷없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시민들의 분노와 혁명을 자초했고, 자신의 극렬 지지층을 자극해 불법적 폭력 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현직 대통령이 앞장서 헌법을 농락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모습은 세계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수치다. 무능하고 비루한 권력자의 말로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국회로 모인 시민들과 다수 국회의원에 의해 혁명이 시작됐고, 헌법재판관들의 손으로 혁명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러나 이것이 혁명의 끝을 의미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또다시 '무늬만 혁명'으로 끝난다면, 역사와 후손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정권의 교체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란을 가능케 한 대한민국 사회의 발본적 대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장삼이사만도 못한 자에게 절대권력을 안겨 준 허술한 정당 민주주의부터 반성할 일이다. 명색이 민주공화국의 집권 여당인데, 버젓이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내란에 동조하는 모습은 목불인견이다. 그들은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고 단지 오늘만 사는 기득권 집단의 전형이다.
지난 석 달 동안 집회 현장을 찾아다니며 윤 대통령의 탄핵에 힘을 보탰다. 광장에선 목이 터질 듯 구호를 외쳤고, 집에 돌아와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열심히 글을 썼다. 주말마다 서울과 광주를 오가느라 돈과 시간을 기꺼이 쏟아부었다. 시민의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당장의 내란을 극복하기 위해 몸은 '현재'에 머물렀지만, 마음은 '미래'를 향했다.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 해야 할 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촛불 혁명이 '무늬만 혁명'으로 끝난 데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할 일 다했다는 듯 손을 턴 나와 같은 이들의 책임도 크다.
더욱이 나는 교사다. 미래 세대 아이들에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물려주는 데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 대통령을 시민의 힘으로 권좌에서 끌어내렸다는 효능감은 그들에게 순간의 통쾌함만 선사할 뿐이다. 이젠 각자의 선 자리에서 '진짜 혁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교실의 극우화'를 막아야 할 사명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 날이 밝았다.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 모두 이번 방학은 '탄핵 정국' 속에서 보냈다.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소추 의결로 방학이 시작됐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앞두고 방학이 끝났다. 2025년 새 학년의 시작은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대한민국 현대사와 정치에 아이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교사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에 바짝 긴장하면서도 그들의 질문을 회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개학과 동시에 계기 교육이 시작될 테고, 조기 대선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가장 중요한 화두는 20~30대의 극우화 문제다.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 당시 구속된 이들의 과반이 그들이었다는 점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그중에 10대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후 경쟁적으로 청년 세대의 극우화에 대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전공을 불문하고 교사에겐 '교실의 극우화'를 막아야 할 사명이 있다. 극우적 사고에 물든 10대가 커서 '애국 청년'이 되고 '아스팔트 극우'를 대표하게 될 것이다. 교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나브로 극우화하고 있었지만,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본격화되었다.
교실의 극우화를 보여주는 징후는 여럿이다. 한 줄 세우기 무한경쟁을 불가피하게 여기고, 시험 성적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며,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에 민감성이 떨어진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경쟁 지상주의적 사고를 완화하기 위해 수업에 모둠활동과 협동학습 방식을 도입할 요량이다.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선다형 시험의 비중을 줄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가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인권 감수성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모르긴 해도, 교사마다 같은 고민을 하며 온갖 대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당장 교육 현장부터 윤 대통령의 파면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학교 교육을 통해 공존의 가치와 민주주의의 원리를 체화한 아이들만이 당당한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될 수 있다.










▲  학교가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지는 못할망정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못해 안달 난 형국이다.


ⓒ markusspiske on Unsplash




개학 날은 입학식 날이기도 하다. 220여 명의 신입생이 우리 학교로 배정됐고, 방과 후 저녁 시간에 강당에 모여 입학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입학식이 끝나면 곧장 신입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설명회가 이어진다. 그들을 맞이하기 위한 교사들의 발길이 종일 분주하다.

학교 설명회 자료는 예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팔 할이 교육과정과 진학 관련 정보다. 거칠게 말해서, 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어떻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의치대와 명문대를 몇 명이나 보냈는지 홍보하는 내용이다. 늘 그래왔기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교사가 드물다.
자료를 준비하는 교사도 할 말은 있다. 학교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거라곤 오로지 그것뿐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자녀를 의치대나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울 뿐이라는 거다.
상위권 아이들과 그들의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좌지우지하는 이유다. 그들은 인근 학교별로 진학 실적을 비교하고, 지역 사회에서 어디가 '명문고'인지 서열을 매긴다. 그들의 평판에 따라 여론이 형성되고 학교 관리자들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극우 청년들이 준동하는 와중에도 학벌 구조에 기댄 입시 경쟁은 변화의 조짐조차 없다. 상위권끼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들러리로 전락한 하위권 아이들은 자존감에 생채기가 났다. 이미 그 둘은 학교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다.
학교가 서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지는 못할망정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못해 안달 난 형국이다. 모두가 '교실의 극우화'를 우려하면서도 극우적 사고를 부추기는 교육 환경은 그대로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우리 교육의 '파시즘'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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