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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원 대응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교육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2023년 9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숨진 교사의 교실에 화환이 놓인 모습.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학교 민원 대응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교육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숨진 채 발견된 제주도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가족의 반복된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정글북
반복되는 만큼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실질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숨진 제주 교사, 악성 민원 무방비 노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5·31 교육개혁 30주년 기념 오찬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제주 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 "교육부는 제주교육청과 대양전기공업 주식
공동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학교 민원대응 체계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필요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망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가족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아이가 선생님 때문에 학교를 가기 싫다고 한다', '왜 폭언을 했느냐' 등의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SKC솔믹스 주식
. 교사의 유족들은 지속적인 민원 때문에 고인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지난 '스승의 날'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54.8%는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할 의사가 없는 이유'로 '악성 민원,목표가격
생활지도 어려움 등 교권 추락'이라고 답했다. 교육부가 지난 13일 '2024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지난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총 4234건으로, 2023년 5050건에 비해 일부 감소한 편이나 여전히 증가 추세"라며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 주요 사례는 자녀에 대한 교원의 언행 또는 태도를 문제 삼아 아동학대 신고를 하거나릴게임 정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전화·면담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폭언 또는 협박하는 경우로 파악됐다"고 진단했다.
◆민원대응팀 가동해도 효과는 '글쎄'…'실효성' 논란 여전
악성 민원에서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은 꾸준히 마련돼왔다. 학교 민원대응팀,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을 신설해 학교 또는 교육지원청이 민원에 대응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제주도교육청은 서이초 사건 이후 학교장 책임 하에 민원대응팀을 운영 방침을 세웠다. 학교 대표전화나 학교 온라인 시스템 등으로 접수된 민원을 특성에 따라 1차 분류한 뒤 교무 분야는 교감, 행정 분야는 행정실장 등 관리자가 답변하는 방식이다.



사망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가족으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수 차례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전 제주 한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가 생전 학생 측 민원인으로부터 받은 전화 내역. / 뉴시스



그러나 실제로는 교사가 민원을 직접 응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교 홈페이지, 학교 대표번호, 서울의 경우 하이톡,교사 전화번호 등 민원 창구가 일원화돼있지 않다"며 "민원대응팀이 있어도 부모 입장에서는 교사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학교에 전화해 '담임 선생님 바꿔달라'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나이스 학부모 서비스와 연계·구축돼 오는 9월 개통 예정인 학부모 소통 시스템(가칭)에 대해서는 "온라인 기반인 소통채널인 만큼 현장에 정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며 "서이초 사건의 후속 조치로서도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비정상 민원 세부 지침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악성 민원 중에서는 모든 적법·합리적 대응을 무력화하며 병리적 반복을 보이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산 울산광역시교육청 변호사는 '학교·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교육공동체 역할과 과제' 토론문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 무대응·불처리'가 교원과 학교의 과도한 시간·감정 소모를 막고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책"이라며 "불처리·이관 결정 요건과 절차, 통보 방식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학부모 민원 무시해도 되는 경우' 명시…프랑스, 학교장 중심 대응
교육정책네트워크는 2023년 11월에 발간한 '학교의 학부모 민원대응 체제 및 사례'에서 여러 나라 교육 현장에서 '악성 민원'을 어떻게 다루는지 소개했다.
핀란드에서 자녀의 학교생활과 교육 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사항 또는 건의는 1차적으로는 '윌마' 전자통신문 플랫폼을 통해서 이뤄진다. 핀란드는 학생의 생활 태도 문의, 상담 신청, 학부모와 교사의 소통 창구, 학교 방문 및 교외 체험 신청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한다. 윌마는 모바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영국 교육부는 초·중·고 등 다양한 교육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 사항과 포괄적인 민원 처리 절차 지침을 제공하고, 민원 처리 절차를 학교의 웹사이트에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해 접근성을 보장한다. 교육부 지침은 악성 민원의 범주와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다양하게 안내한다. 이를테면 '학교가 학부모 민원을 무시해도 되는 경우'도 명시돼있다.
프랑스에서는 학부모가 자녀 교육의 일반적인 사항을 알기 위해 단체 회의에 참석하거나 개별 면담을 신청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국내 같이 학교에 '민원'이라는 형식으로 학부모의 의견을 개인 자격으로 학교에 제시하긴 어렵다. 교원이 단순한 이의 신청이 아닌 학부모로부터 수위 높은 비난(신고)의 대상이 됐을 경우 학교장 중심으로 대응하며, 최종 결정은 교육청에서 내리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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